이 편 영상 보기 →

그림의 뒷이야기 / 폭풍 속에 머문 사람들행간예술 · 두 번째 이야기
REMBRANDT · 002

파도가 들이친 배,
누구를
바라보는가.

렘브란트가 그린 갈릴리의 폭풍.
밧줄을 잡은 손과 도움을 청하는 얼굴,
세 복음서의 문장을 함께 읽습니다.

영상으로 먼저 만나기 ↓
렘브란트,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1633년.
렘브란트,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1633년.Rembrandt · Public domain · 출처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압축
화가 · 렘브란트 판 레인제작 · 1633년성서 · 마가복음 4:35–41 외
WATCH THE STORY행간예술 · 002

렘브란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영상으로 폭풍 속 배를 먼저 만나보세요. 아래에는 작품 전체와 세부 이미지, 성서의 해당 본문과 그림의 소장 이력을 담았습니다.

돛은 팽팽하고, 배 안으로 물이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손과 시선을 따라 이 그림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01배가 기울고, 사람들이 드러난다

파도가 뱃머리를 밀어 올립니다. 돛을 붙잡은 사람은 몸을 뒤로 젖히고, 다른 사람은 밧줄에 매달립니다. 배의 난간 너머로 고개를 숙인 남자도 보입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는 몇 사람이 예수에게 몸을 기울입니다. 한 배에 탄 사람들의 손과 얼굴이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합니다.

렘브란트,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1633년. 작품 전체.
렘브란트,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1633년. 작품 전체.Rembrandt · Public domain · 출처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압축

렘브란트는 1633년에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고향 라이덴을 떠나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던 젊은 화가의 작품이며, 가드너 미술관은 그의 유일한 회화 해경으로 소개합니다.[1] 세로로 긴 화면에서 돛대와 팽팽한 밧줄은 눈을 위로 끌어올리고, 기울어진 배는 다시 아래쪽 인물들에게 시선을 돌려놓습니다.

왼쪽의 흰 포말과 밝은 돛부터 보고, 오른쪽 아래의 얼굴들을 하나씩 따라가 보세요. 처음에는 거센 물결이 눈에 들어오지만, 곧 누가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02이 장면이 나오는 성서 세 곳

폭풍 속에서 예수가 바람과 물결을 잠잠하게 하는 이야기는 세 복음서에 실려 있습니다. 마가복음에는 저녁의 출항, 함께 떠난 다른 배들, 배 뒤편의 베개까지 등장합니다. 렘브란트의 배를 살펴볼 때 함께 읽기 좋은 대목입니다.[2]

제목에는 ‘바다’가 들어가지만, 갈릴리 바다는 호수입니다. 누가복음의 한국어 본문도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라고 시작합니다.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은 같은 장소를 게네사렛 호수 또는 티베리아스 호수라는 이름으로 설명합니다.[4][5]

세 기록을 차례로 읽으면 말의 순서도 눈에 들어옵니다. 마태복음에서는 예수가 제자들의 두려움을 먼저 묻고 바람과 바다를 꾸짖습니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서는 물결이 잦아든 뒤 믿음을 묻습니다. 끝에 이르면 제자들의 관심은 바람을 다스린 이 사람이 누구인지로 옮겨갑니다.[2][3][4]

03성서 본문으로 읽는 폭풍의 순간

아래 본문은 eBible.org가 Public Domain으로 제공하는 한국어 성경에서 옮겼습니다. 제공처의 판본 표기는 ‘Korean Bible 1910’이며, 절 번호와 문장부호는 읽기 편하게 정리했습니다. ‘고물’은 배의 뒤쪽을 뜻합니다. 판본·이용 조건

마가복음 4장 35–41절

35 그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

36 저희가 무리를 떠나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가매 다른 배들도 함께 하더니

37 큰 광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부딪혀 배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더라

38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시고 주무시더니 제자들이 깨우며 가로되 ‘선생님이여 우리의 죽게 된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나이까?’ 하니

39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40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

41 저희가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저가 뉘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고’ 하였더라

마가복음 4장 전체 읽기 ↗

마태복음 8장 23–27절

23 배에 오르시매 제자들이 좇았더니

24 바다에 큰 놀이 일어나 물결이 배에 덮이게 되었으되 예수는 주무시는지라

25 그 제자들이 나아와 깨우며 가로되 ‘주여! 구원하소서 우리가 죽겠나이다’

26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하시고 곧 일어나사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신대 아주 잔잔하게 되거늘

27 그 사람들이 기이히 여겨 가로되 ‘이 어떠한 사람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고’ 하더라

마태복음 8장 전체 읽기 ↗

누가복음 8장 22–25절

22 하루는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오르사 저희에게 이르시되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매 이에 떠나

23 행선할 때에 예수께서 잠이 드셨더니 마침 광풍이 호수로 내리치매 배에 물이 가득하게 되어 위태한지라

24 제자들이 나아와 깨워 가로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죽겠나이다’ 한대 예수께서 잠을 깨사 바람과 물결을 꾸짖으시니 이에 그쳐 잔잔하여지더라

25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 하시니 저희가 두려워하고 기이히 여겨 서로 말하되 ‘저가 뉘기에 바람과 물을 명하매 순종 하는고’ 하더라

누가복음 8장 전체 읽기 ↗

04밧줄을 잡은 손, 예수를 향한 얼굴

본문을 읽고 그림으로 돌아오면 배의 양쪽이 선명하게 갈라집니다. 왼쪽에서는 팔과 다리가 힘을 쓰고, 오른쪽에서는 얼굴과 시선이 예수에게 모입니다. 물결은 아직 높고 돛은 팽팽합니다. 렘브란트는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는 그 긴박한 시간을 화면에 붙잡아 두었습니다.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부분. 돛과 밧줄을 붙잡는 사람들.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부분. 돛과 밧줄을 붙잡는 사람들.Rembrandt van Rhein · CC0 · 출처 · 라이선스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변환

밧줄을 당기는 손, 난간에 기대 숙인 등, 상대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몸짓을 차례로 보면 배 안의 소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밝은 쪽의 동작은 크고 거칠며, 어두운 쪽에서는 가까이 모인 얼굴들이 작은 덩어리를 이룹니다.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부분. 예수 주위에 모인 인물들.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부분. 예수 주위에 모인 인물들.Rembrandt van Rhein · CC0 · 출처 · 라이선스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변환

배 가운데에는 화면 밖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관객도 잠시 이 배의 일에 끼어든 듯합니다. 누구는 밧줄을 붙잡고 누구는 도움을 청하는 동안, 그는 그림 앞에 선 우리와 눈을 맞춥니다.

05같은 폭풍을 멀리서 바라보면

얀 브뤼헐 1세도 1596년에 이 장면을 그렸습니다. 구리판 위에 유채로 그린 작은 작품으로,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6]

얀 브뤼헐 1세,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1596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얀 브뤼헐 1세, 《갈릴리 바다의 폭풍 속 그리스도》, 1596년.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Jan Brueghel the Elder · Public domain · 출처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변환

브뤼헐의 그림에서는 해안과 먼 건물까지 시야가 열립니다. 작은 배 주위로 넓은 물과 하늘이 펼쳐집니다. 렘브란트의 그림과 번갈아 보면 관객이 서 있는 거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브뤼헐 앞에서는 폭풍이 덮친 풍경을 내려다보고, 렘브란트 앞에서는 기울어진 배 가까이 다가갑니다.

같은 성서 이야기를 골라도 화가는 배의 크기와 위치, 지평선의 높이, 사람에게 닿는 빛으로 보는 경험을 바꿉니다. 줄거리를 알고 나서도 그림 앞에 오래 머물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061898년, 그림이 보스턴으로 향하다

19세기 말 이 그림을 구입한 사람은 미국의 수집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였습니다. 미술관이 제공한 소장 이력에는 1898년 11월, 버나드 베렌슨을 통해 런던의 콜나기에서 6천 파운드에 구입했다고 적혀 있습니다.[7]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1888년.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1888년.John Singer Sargent · Public domain · 출처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변환

작품은 보스턴의 가드너 미술관 더치 룸에 걸렸습니다. 가드너는 이 방에 북유럽의 회화와 가구, 조각을 모았습니다. 렘브란트의 배는 바다를 건너,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고 때로는 식사를 함께하던 공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8]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의 중정.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의 중정.Sintakso · CC BY-SA 4.0 · 출처 · 라이선스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변환

중정을 둘러싼 전시실을 걷다 이 그림 앞에 섰을 관객을 떠올려 봅니다. 고요한 실내에서 눈앞의 돛은 부풀고, 물은 배 안으로 밀려듭니다. 액자 안에 담긴 폭풍은 수백 년이 지나도 같은 순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07폭풍이 사라진 자리의 빈 액자

1990년 3월 18일 새벽, 경찰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미술관에 들어왔습니다. 소란 신고를 받고 왔다는 말을 믿고 문을 열어 준 경비원들은 지하실에 묶였습니다. 침입자들은 렘브란트의 이 작품을 액자에서 잘라냈고, 베르메르의 《콘서트》와 마네의 《토르토니에서》 등을 포함해 모두 13점을 가져갔습니다.[9]

가드너 미술관에 남은 빈 액자들. FBI 제공 사진.
가드너 미술관에 남은 빈 액자들. FBI 제공 사진.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 Public domain · 출처
웹 표시용 크기 조정 및 JPEG 변환

미술관은 남겨진 다섯 액자를 수리해 다시 벽에 걸었습니다. 작품이 돌아올 자리를 남겨 둔 것입니다.[10] 2026년 10월 확인한 미술관 공식 안내에서도 사건은 미해결 상태이며 수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9]

그림을 다시 보면, 왼쪽에는 여전히 파도가 치고 오른쪽에는 사람들이 예수를 향해 몸을 기울입니다. 성서의 다음 구절에서는 바람이 그칩니다. 렘브란트가 남긴 배는 그 직전의 움직임을 간직한 채, 보스턴의 빈 액자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와 사진 출처

  1. 가드너 미술관 — 작품 소개, 1633년과 렘브란트의 해경
  2. 한국어 성경 — 마가복음 4장 35–41절
  3. 한국어 성경 — 마태복음 8장 23–27절
  4. 한국어 성경 — 누가복음 8장 22–25절
  5.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 갈릴리 호수와 그림 속 기상
  6.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 얀 브뤼헐 1세의 1596년 작품
  7. 가드너 미술관 / Google Arts & Culture — 제작 연도와 1898년 구입 이력
  8. 가드너 미술관 — 더치 룸의 전시와 역사
  9. 가드너 미술관 — 1990년 도난 사건과 수사 안내
  10. 가드너 미술관 — 남겨진 다섯 액자
  11. eBible.org — 한국어 성경 판본 정보 및 Public Domain 표시

작품의 연대와 소장·도난 이력은 미술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화면의 동작과 시선에 관한 감상은 이 글의 해석입니다. 성서 판본은 본문에, 이미지 출처와 이용 조건은 각 도판 아래에 표시했습니다.

#렘브란트 #Rembrandt #갈릴리바다의폭풍속그리스도 #TheStormOnTheSeaOfGalilee #ChristInTheStormOnTheSeaOfGalilee #렘브란트판레인 #RembrandtVanRijn #렘브란트자화상 #RembrandtSelfPortrait #갈릴리바다 #SeaOfGalilee #성경미술 #BiblicalArt #종교화 #ReligiousPainting #예수와제자들 #JesusAndTheDisciples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이사벨라스튜어트가드너 #IsabellaStewartGardner #이사벨라스튜어트가드너미술관 #IsabellaStewartGardnerMuseum #버나드베렌슨 #BernardBerenson #티멘야콥스힌로펜 #TymenJacobszHinlopen #보스턴 #Boston #암스테르담 #Amsterdam #네덜란드황금시대 #DutchGoldenAge #네덜란드미술 #DutchArt #바로크미술 #BaroqueArt #서양미술 #WesternArt #미술사 #ArtHistory #명화 #명화이야기 #그림이야기 #빛과어둠 #Chiaroscuro #17세기미술 #17세기네덜란드 #미술품도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