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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뒷이야기 / 탐정과 괴도의 만남행간소설 · 열한 번째 이야기
HOLMES MEETS LUPIN · 011

두 천재가
정말로
만났습니다.

그런데, 탐정의 이름이 달라졌습니다.
셜록 홈즈에서 헐록 숌즈로.
그 사이에 남은 출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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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구세의 《Arsène Lupin contre Herlock Sholmès》 표지. 등록 자료는 23판이며, 첫 발표 지면이나 초판 표지와는 구분됩니다.
앙리 구세의 《Arsène Lupin contre Herlock Sholmès》 표지. 등록 자료는 23판이며, 첫 발표 지면이나 초판 표지와는 구분됩니다.Henri Goussé · Public domain · 원본 자료와 이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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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 1906년작가 · 모리스 르블랑반전과 승부 결과는 밝히지 않습니다
WATCH THE STORY행간소설 · 011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이 정말 만났다 — 그런데 왜 이름은 ‘헐록 숌즈’였을까

영상으로 만남의 경위를 먼저 살펴보고, 아래에서 잡지 지면과 책 표지에 남은 흔적을 읽어봅니다.

익숙한 두 이름이 한 표지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이 무대를 만든 작가는 한 사람이었습니다.

01비슷한 탐정이 아니라, 그 이름 그대로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은 실제로 한 이야기 안에서 만났습니다. 다만 두 작가가 함께 집필한 작품은 아닙니다. 모리스 르블랑이 자신의 뤼팽 이야기 속으로 영국의 명탐정을 불러들인 것입니다. 이 차이를 먼저 알아두면, 뒤이어 등장하는 낯익고도 낯선 이름이 이해됩니다.

1906년 6월 《Je sais tout》에는 「Sherlock Holmes arrive trop tard」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셜록 홈즈가 너무 늦게 도착하다’라는 뜻입니다. 연구에서도 이 작품을 두 인물의 첫 만남으로 다룹니다.[1]

「Sherlock Holmès arrive trop tard」가 실린 잡지 지면을 펼친 자료. 본문을 읽기 전에도 제목에서 홈즈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herlock Holmès arrive trop tard」가 실린 잡지 지면을 펼친 자료. 본문을 읽기 전에도 제목에서 홈즈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Unknown author Unknown author · Public domain · 원본 자료와 이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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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독자가 이미 홈즈를 알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작가는 탐정의 능력을 처음부터 설명하기보다 이름 하나로 기대를 불러옵니다. 뤼팽이 상대할 인물의 무게를 독자가 책 바깥에서 가져오는 셈입니다.

이것이 유명 인물의 만남이 주는 특별한 재미입니다. 새 인물끼리의 대결에서는 각자의 능력을 배워야 하지만, 익숙한 인물들이 만나면 우리는 미리 질문을 품습니다. 한쪽의 장기가 다른 쪽에게도 통할까요.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배운 규칙들이 같은 장면에서도 유지될까요.

02누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는가

첫 만남의 무대는 노르망디의 티베르메닐 성입니다. 성에 모인 사람들과 오래된 건물에 얽힌 이야기가 있고, 도난의 위협이 긴장을 만듭니다.[2] 성의 비밀이나 등장인물의 정체를 미리 알아야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누구의 설명을 믿을지 직접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앙리 마뉘엘이 촬영한 모리스 르블랑. 이번 만남의 장면과 서술을 구성한 쪽은 뤼팽의 작가였습니다.
앙리 마뉘엘이 촬영한 모리스 르블랑. 이번 만남의 장면과 서술을 구성한 쪽은 뤼팽의 작가였습니다.Henri Manuel · Public domain · 원본 자료와 이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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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질문은 ‘누가 더 똑똑한가’보다 먼저 나옵니다. 누가 무대를 만들었을까요. 어떤 순간을 보여주고 어떤 정보를 뒤로 미룰지 결정하는 것은 인물이 아니라 작가입니다. 같은 능력을 가진 탐정이라도 다른 작가의 시선 안에서는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홈즈를 잘 아는 독자는 그의 익숙한 습관을 찾으며 읽습니다. 뤼팽을 따라온 독자는 자신의 주인공이 어떤 재치를 보여줄지 기다립니다. 한 장면 안에 두 가지 기대가 들어오니, 만족하는 지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남겨둘 수수께끼

누가 어떤 이름으로 등장하는지, 성의 비밀이 무엇인지, 마지막에 누가 어떤 수를 두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영상의 배경을 넓혀 읽되 작품의 발견은 독자에게 남겨둡니다.

03Sherlock Holmes에서 Herlock Sholmès로

이후 책에서는 Herlock Sholmès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익숙한 이름의 소리와 철자를 비틀었지만, 원래 누구를 가리키는지 감추려는 이름은 아닙니다. 오히려 독자가 알아보는 순간에 장난이 성립합니다.

데이비드 드레이크의 연구는 도일 측 변호사들의 이의 제기와 이름 변경을 연결해 설명합니다.[1] 다만 이것만으로 두 작가가 직접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개인적으로 얼마나 화가 났는지까지 재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확인한 자료 범위에서 출판상의 변화와 작가의 감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엘리엇 앤드 프라이가 촬영한 아서 코난 도일의 초상. 홈즈는 다른 작가의 이야기로 옮겨가도 원래의 창작자와 연결된 인물이었습니다.
엘리엇 앤드 프라이가 촬영한 아서 코난 도일의 초상. 홈즈는 다른 작가의 이야기로 옮겨가도 원래의 창작자와 연결된 인물이었습니다.Elliott & Fry · Public domain · 원본 자료와 이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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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바꾸면 독자의 기억까지 바뀔까요. 여기서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조금 달라진 철자는 원래 이름을 계속 떠올리게 합니다. 낯선 이름이 낯익은 인물을 지우는 대신, 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만들어줍니다.

따라서 숌즈를 도일이 쓴 홈즈와 완전히 같은 목소리로 읽으면 어긋나는 부분이 생깁니다. 르블랑의 무대에 맞게 조정된 인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익숙함과 차이 자체가 읽을거리가 됩니다.

04한 번의 만남에서, 책 제목을 건 대결로

첫 만남의 단편과 《Arsène Lupin contre Herlock Sholmès》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선 만남 뒤에 뤼팽과 영국 탐정의 대결이 더 이어졌고, 1908년에는 두 이름을 정면에 건 책이 나왔습니다.[1] 처음 만난 이야기 하나와 이후의 대결집을 같은 작품으로 생각하면 출판 순서가 흐려집니다.

《Arsène Lupin versus Herlock Sholmes》 영어판 표지로 등록된 자료. 언어가 달라져도 두 이름을 맞세우는 구성이 유지됩니다.
《Arsène Lupin versus Herlock Sholmes》 영어판 표지로 등록된 자료. 언어가 달라져도 두 이름을 맞세우는 구성이 유지됩니다.Maurice Leblanc · Public domain · 원본 자료와 이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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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제목의 contre, 영어 제목의 versus는 ‘대결’을 약속합니다. 표지는 줄거리를 길게 설명하는 대신 누가 누구와 맞서는지를 먼저 보여줍니다. 독자가 이미 두 인물에게 부여한 이미지가 책의 첫 문장보다 먼저 일을 시작합니다.

대결집에는 윌슨이라는 동행자도 등장합니다.[3] 원작 홈즈의 곁에 있는 왓슨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일한 역할과 어조를 기대하기보다는 이 이야기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익숙한 조합이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패러디를 읽는 단서가 됩니다.

표지의 이름은 약속이기도 하고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이름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인물은 기억하던 모습과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배신으로 느낄지, 변주로 즐길지는 독서 경험에 따라 달라집니다.

05국경을 넘는 인물, 국경을 넘는 책

뤼팽과 홈즈의 만남에는 영국과 프랑스라는 구도도 들어 있습니다. 대결집 원문에는 트라팔가르를 끌어오는 농담이 등장합니다.[3] 개인의 지략 싸움에 두 나라의 오래된 경쟁을 겹쳐 읽게 하는 장치입니다. 이 글에서는 농담이 나오는 구체적인 승부 상황을 밝히지 않겠습니다.

J. M. W. 터너의 《트라팔가르 해전》. 소설 속 역사적 비유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 그림이며, 뤼팽 작품의 삽화는 아닙니다.
J. M. W. 터너의 《트라팔가르 해전》. 소설 속 역사적 비유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 그림이며, 뤼팽 작품의 삽화는 아닙니다.J. M. W. Turner · Public domain · 원본 자료와 이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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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을 곧 작가들 사이의 개인적인 적대감으로 바꿔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소설 속 인물의 허풍과 농담은 독자를 즐겁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도둑과 영국의 탐정이라는 구도가 대결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지프 퍼디낸드 케플러의 풍자화 《The Pirate Publisher》 복원본. 출판과 복제를 소재로 한 별개의 자료이며, 르블랑과 도일의 분쟁을 그린 그림은 아닙니다.
조지프 퍼디낸드 케플러의 풍자화 《The Pirate Publisher》 복원본. 출판과 복제를 소재로 한 별개의 자료이며, 르블랑과 도일의 분쟁을 그린 그림은 아닙니다.Original artist: Joseph Ferdinand Keppler (1838-1894) Restoration: Adam Cuerden · Public domain · 원본 자료와 이용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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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생각할 질문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번역되고, 다시 인쇄되고, 새로운 독자를 만납니다. 인물이 유명해지면 다른 이야기에도 등장시키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독자가 그 인물을 안다는 사실과 새로운 작가가 그 인물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당시 사건을 오늘날의 법률 규칙 한 줄로 판정하려는 설명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이름이 바뀌었다는 출판상의 흔적과, 그럼에도 독자가 원래 인물을 계속 알아보았다는 문학적 효과를 나란히 살펴봅니다.

06누가 이겼는지보다 오래 남는 것

홈즈와 뤼팽을 만나게 한 것은 단순히 두 사람의 능력치가 아닙니다. 이미 다른 이야기에서 그들을 알고 있던 독자의 기억입니다.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이전에 읽은 장면과 기대를 새 작품 안으로 가져옵니다.

이런 만남은 오늘날 ‘크로스오버’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문학사상 최초의 크로스오버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드레이크의 연구 역시 앞선 범죄소설들이 서로 다른 작품을 참조하던 전통 속에서 이 만남을 살펴봅니다.[1]

홈즈의 팬이라면 익숙한 탐정과 달라진 부분을 찾으며 읽을 수 있습니다. 뤼팽의 팬이라면 강한 상대를 맞아 이야기의 긴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승자를 먼저 알아버리면 사라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장면이 쌓이는 동안 자신의 예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즐거움입니다.

이름을 조금 바꾸어도,
우리는 왜 그 탐정을 알아볼까요.

헐록 숌즈라는 이름은 홈즈의 부재보다 그의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원래 이름을 적지 않아도 기억이 따라옵니다. 011편의 흥미로운 지점은 누군가의 패배를 확인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한 작가가 만든 인물이 다른 나라의 작가와 독자에게도 얼마나 큰 기대를 만들어냈는지, 그 흔적이 책 제목에 남아 있다는 데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와 사진 출처

  1. David Drake, Crime Fiction at the Time of the Exhibition: the Case of Sherlock Holmes and Arsène Lupin (2009), pp.105–117. 첫 만남, 이름 변경과 문학적 참조의 맥락.
  2. 모리스 르블랑, Arsène Lupin, gentleman-cambrioleur — 첫 만남이 수록된 원문. 판본에 따른 이름 표기에 유의하세요.
  3. 모리스 르블랑, Arsène Lupin contre Herlock Sholmès — 판본별 원문과 출판 자료. 대결과 역사적 비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름 변경의 경위는 위 연구의 설명을 참고했으며, 확인하지 않은 항의 편지의 문구나 작가들의 사적 대화는 재구성하지 않았습니다. 원문과 연구에는 결말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독자의 기대와 인물의 변주에 관한 설명은 이 글의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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